지금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공간은 정확하게 말해 '작은 집'이 아니다.
3 bed room 을 가지고 있는, 가족 기숙사 중에서도 꽤 넓고 큰 편에 속하는 신식(?) 아파트 기숙사다.
물론 우리 가족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지난해 기숙사 선택 과정중 우리 이사와 개강 일정에 맞는 단 하나남은 기숙사라 울며 겨자먹기로 이 집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이 아파트에 머문지 곧 8개월 차에 접어든다.
이사 할 때만 해도 다른 옵션은 생각할 수도 없었고, 여러 지인들의 방문도 환영할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 가며 3 bed room 에서의 삶을 받아 들이는 듯 했는데, 이전 기숙사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렌트비 책정과 높은 난방&전기료 등의 문제로 남은 기간동안 이 곳에서 계속 머문다는건 불가능하다고 판단. 학교측에 기숙사 이동이 가능한지 문의를 했고. 운 좋게 예정된 계약 종료일보다 조금 이르게 좀 더 작고 저렴한(척하지만 아주 저렴하지만은 않은) 기숙사로 배정받을수 있게 되었다.
지난 학교의 기숙사와는 달리 이 곳의 기숙사들은 기본적인 가구와 살림살이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것이 장점이면서도 나처럼 내 살림살이 아니면 손도 안대는 이에게는 정말 큰 단점이다.
초기 정착시에는 당연히 맨바닥에서 자는 것보다 삐그덕 거리더라도 메트리스 위에서 자는게 낫겠지만, 살면서 점점 내 맘에 들게 집을 꾸미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덩치큰 소파와 사용하지도 않는 벙커 베드는 매번 처치 곤란이다.(원치않는 컬러의 카펫도...ㅜ)
지금 기숙사의 기본 소파는 좁은 폭과 높은 팔걸이의 love seat 인데 소파에 누워있는걸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는 1인용 소파만 못한 취급을 받으며 원치 않는 자리 한구석을 커다랗게 잡아먹고 있고, 사용하지 않는 벙커베드와 두개의 싱글매트리스는 손수 분리해 고이 창고에 보관 중이다.
이사를 하려면 처음 집에 들어왔을때의 상태로 정리를 해두고 집을 비워야 하는데, 창고에 정리해둔 기존의 살림살이들(그릇, 냄비, 조리도구 등)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분리해둔 벙커베드를 다시 조립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기까지하다. 거기에 늘어난 내 살림살이와 가구들을 옴기는 것 까지... 하지만 앞으로 이 곳에서 3년 가까이 더 시간을 보내야 할텐데, 사용하지 않는 넓은 공간에 원치 않는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 가며 애정없이 살아내고 싶지않다는게 나의 결론.
어서 lockdown 이 해제되고 이사를 시작하고 싶다.